이명희 작가가 작성한 ‘은밀하고 위대한 휴먼플랫폼’에 대한 책을 읽고, 생각나는 부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술 배경, 현실의 인문학을 찾아서
인문학은 사람의 마음, 그 무늬를 읽는 것이라고 합니다. 돈과 건강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도, 지금의 인문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돈과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현실의 인문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자 이 책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PDR과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
PDR에 대해
이 책에서는 먼저 PDR(Physician’s Desk Reference)이라는 것을 언급합니다. PDR은 공신력있는 세계 우수 의약품 처방 참고 편람입니다.
PDR은 1947년에 처음 발행되었는데, 렉솔이라는 제약회사에서 31개의 의약품을 등재하였다고 합니다. PDR에 이렇게 많은 의약품을 등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당시의 렉솔이라는 제약회사의 우수성을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렉솔이라는 회사는 현재 유니시티라는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전신이라고 합니다.
PDR의 위상
PDR에는 현재 3,302개의 약이 등재되어 있는데, 이중 98%가 합성의약품, 2%(74개)는 약리작용은 같지만 부작용이 없는 “천연물 의약품”이라고 합니다.
† PDR 등재 의약품 개수 : A(333), B(132), C(316), D(183), E(149), F(145), G(91), H(78), I(92), J(24), K(70), L(144), M(178), N(141), O(105), P(248), Q(23), R(121), S(172), T(209), U(49), V(128), W(8), X(44), Y(10), Z(101), 0-9(8)
특히, PDR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의 3~4단계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등재될 수 있다고 하며, 약리 효과와 부작용이 적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합니다.
† 신약 허가신청 대상(PDA 규정, 505(b)(2)) : 12)항 천연물 유래 또는 재조합 주성분: 주성분이 기허가의약품 내 주성분과 동일 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임상시험이 필요한 경우의 재조합기술 또는 동물이나 식물 추출물 유래 유효성분을 함유하는 완제의약품에 대한 신청
여기서 의료계에서 일반적으로 의약품(여기서는 합성의약품)이 “안전하다”라는 것은 의약품의 유익성이 알려진 위해성을 상회한다는 의미이지 부작용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100~1,000만불(한화로 약 13~130억) 수준의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하는데, PDR에 있는 약을 처방했을 경우 의료사고에 대해 보험회사가 보상과 면책을 제공할 정도라고 하니 사회적으로 PDR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DR은 매년 업데이트 된다고 하며, 변동되는 의약품들이 많지 않음을 볼 때 PDR에 등재될 수 있을 정도의 검증된 약들이 많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겠습니다.
미래학자와 PDR
우리가 잘 아는 미래학자인 앨빈토플러는 “부의 미래”라는 책에서 PDR을 언급합니다. 이러한 용어 등장이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앨빈토플러는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측했고, 정말로 지금은 인터넷에서 마음만 먹으면 의료지식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일반 사람들도 쉽게 PDR이라는 용어를 알게 된 것을 보면 앨빈토플러의 통찰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환자들이 의사분들의 가운만 보고 처방을 수용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스스로 예방의학 차원에서 또는 처방의학 차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자신을 치료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 의료의 현주소와 대처 방향
우리나라는 외과적 수술능력은 단연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약 및 임상기술은 아직 미숙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약 기술의 축적이 아직까지는 미흡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건국이래 우리나라 전체의 신약 개발 건수는 해외 1개의 제약회사가 개발한 것 보다 건수가 작다고 합니다. 그만큼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의사 선생님 대부분이 5분 내외로 환자를 진료합니다. 그런데 미국 등에서는 20~30분 정도 진료한다고 합니다. “빨리 빨리”라는 잠재의식이 어려서부터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진료시간은 매우 짧기 때문에 이러한 진료문화가 대대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의사도 환자도 모두 희생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고려하여 제도적 개선이 있기 전까지는 개개인이 지혜롭게 자신의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방의학 관점에서는 검증된 PDR을 바탕으로 부작용이 없는 천연물 의약품을 섭취하여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안전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처방의학의 관점에서는 내가 먹는 약의 부작용과 작용 기전을 면밀하게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자신들이 처방받은 약의 부작용을 전혀 모르고 섭취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의사 선생님들을 믿어야 하겠지만, 내 몸이 의사 선생님의 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들 대부분은 아직까지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에 의존한 소비 패턴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할 때에는 충분히 공부 후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은 결코 취향의 영역이 아닙니다.
마무리 하며
18~19세기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미식가이면서 음식 평론가였던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은 아마도 18~19세기에는 음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이 먹는 약이 PDR에 등재되어 있는지 말하라. 그러면 그 약의 수준을 말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