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정의론을 집필한 롤스는 1921년 미국 출생으로 1950년 프린스턴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코넬대학과 메사추세츠대학 공과대학을 거쳐 1962년 이후부터는 하바드대학 철학과에 재직한 바 있다고 합니다.
롤스는 1958년 ‘공정으로서 정의’ 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이후 “분배적 정의”, “시민불복종”, “정의감” 등의 논문들을 발표하였고, 20여년에 걸친 연구의 결과물로서 1971년 바로 그 유명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을 출간하였습니다.
정의론 개관
롤스의 정의론의 핵심 주체는 ‘공정으로서의 정의’입니다.
롤스는 절차적 정의를 도출하기 위해 ‘원초적 입장’과 ‘무지의 베일’이라는 2가지 개념을 제시합니다.
먼저 ‘원초적 입장’ 개념입니다. 롤스는 사회 기본구조에 대해 아무런 원칙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어느 누구도 장래에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모르며, 심지어는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고 전제합니다. 간략히 말하면 계약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 원초적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무지의 베일’ 개념입니다. 이것은 원초적 입장을 설정하는데 있어 필요한 개념입니다. 만약 정의의 원칙을 합의할 참가자 개인들의 정보가 사전에 누군가에게 알려지게 되면 그 누군가는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원칙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롤스는 원초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절차적 정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원칙을 합의할 참가자들에 관한 정보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무지의 베일이 드리워져야 한다고 설정합니다. 간략히 말하면, 철저히 커튼 뒤에 가려진 사회적 상태를 가정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롤스는 이러한 사회적 상태에서 사람들이 선택하리라고 기대되는 정의의 원칙으로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이 두 가지는 계층적 우선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어떠한 경우에도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에 우선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경우에 한에서 가장 광범위한 자유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불평등의 원칙입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배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첫 번째 조건은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입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는 지위와 잭책은 모든 사람에게 접근의 기회가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차등의 원칙입니다. 사회에서 허용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의 이득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부와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와 권력의 계층화는 반드시 시민권과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기회균등의 원칙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정의론에 대한 단상
이러한 롤스의 설명틀은 분석철학적 방법 및 게임이론을 활용하여 사회계약론을 일반화하고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롤스의 원칙들을 한 국가에서 정책화하여 적용하기 위해서는 롤스의 정의론이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사회 기본구조이므로 우선은 사회체제에 대한 비교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 그 사회체제 안에서 어떤 정책대안이 원칙들의 이행방향에 더 적합한지를 밝혀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국가 정책과 관련해서는 롤스의 두 번째 원칙에서 분배에 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분배구조의 재조정은 역사적으로도 당위성이 인정되는 부분이긴 하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롤스는 분배에 관해 극단적인 분배가 아니라 자유시장의 원리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최소수혜자에게 최우선 배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롤스의 이러한 사상이 정책에 많이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롤스가 주장한 원칙들은 정의로운 사회를 규정하는데 필요한 원칙들이지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사회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공정한 절차를 통해 사회는 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지만 이러한 사회가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의로운 사회는 이상적인 사회가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일 뿐입니다.
저는 이상적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이상사회는 완벽해야 하는데, 완벽하지 인간이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정의로운 세상, 그러한 세상에 닿고자 노력하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